이천 영월암마애여래입상에서 느낀 초겨울의 고요한 울림
초겨울 기운이 막 느껴지던 평일 오전, 이천 관고동에 위치한 영월암마애여래입상을 보러 갔습니다. 시내 중심과 멀지 않은 곳이라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도심의 소음이 뚝 끊겼습니다. 절집 입구를 지나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면 바위 절벽 앞에 세워진 마애여래입상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변의 공기가 묘하게 맑았고, 햇빛이 비칠 때마다 불상의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돌 위에 새겨진 얼굴은 부드럽고,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옷주름이 자연스러워 오래된 조각임에도 생명감이 느껴졌습니다. 잠시 그 앞에 서 있자, 시간의 결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1. 이천 시내에서의 접근과 주차 위치
이천 터미널에서 영월암까지는 차로 7분 정도 걸렸습니다. 관고동 주택가를 지나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영월암’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보입니다. 표지석 옆 좁은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암자 앞 마당에 차량 3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진입로가 약간 가팔라 초보 운전자는 서행이 필요하지만, 길 자체는 포장되어 있어 어렵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이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천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도보 10분이면 닿습니다. 주변은 조용한 주거지라 소음이 거의 없었고, 가로수 사이로 불상까지 이어지는 길이 한적했습니다. 길을 따라 들리는 새소리가 긴장을 풀어주는 듯했습니다.
2. 암자와 마애불이 어우러진 공간
영월암 경내는 작지만 정갈하게 유지되어 있습니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작은 대웅전과 마애여래입상이 나란히 있습니다. 불상은 절벽 바위면에 직접 새겨져 있어, 암자와 자연이 한몸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변에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대숲이 사각거렸습니다. 햇빛이 살짝 기울 무렵 방문했는데, 빛이 불상의 왼쪽 어깨를 스치며 섬세한 입체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바닥은 깨끗하게 쓸려 있었고, 향로 앞에는 갓 피운 향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정적 속에서도 따뜻한 기운이 감돌아, 오래된 공간이지만 무겁지 않았습니다.
3. 섬세한 조형미가 돋보인 여래입상
이 불상은 통일신라 후기의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높이는 약 3.8m에 달합니다. 얼굴은 온화하며 이마가 넓고, 눈매는 살짝 아래로 향해 있습니다. 입가에 걸린 미묘한 미소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법의(옷)는 어깨에서 무릎으로 흐르며 자연스러운 주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보이며 가슴 앞에 들고, 왼손은 배 앞에 두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비례가 안정적이고, 돌의 결을 따라 새겨진 선이 부드럽습니다. 세월의 마모로 일부 윤곽이 희미하지만, 오히려 그 질감이 살아 있는 듯했습니다. 돌 위에 남은 작은 망치 자국이 당시 장인의 손길을 느끼게 했습니다.
4. 세심하게 마련된 공간의 배려
불상 앞에는 넓은 평상이 놓여 있어 잠시 앉아 관람하기 좋았습니다. 주변 안내문에는 ‘영월암마애여래입상’의 제작 배경과 문화재 지정 연도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향로 옆에는 작은 꽃병이 놓여 있었는데, 누군가 정기적으로 꽃을 교체하는 듯 싱그러움이 남아 있었습니다. 대웅전 옆에는 방문객이 쉴 수 있는 그늘막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당 한편에는 약수를 담을 수 있는 수도가 있어 등산객들이 자주 이용한다고 합니다. 화장실은 새로 단장되어 깨끗했고, 관리인의 손길이 세심하게 닿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조용한 절집이지만 편의는 충분했습니다.
5. 인근에 함께 둘러볼 만한 장소
영월암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설봉공원은 산책하기 좋은 코스입니다. 호수 주변을 따라 걷다 보면 이천시립박물관이 나오는데, 지역의 불교 조각과 도자 문화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근처의 ‘봉산칼국수’나 ‘장터손만두’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 좋습니다. 오후 일정으로는 ‘이천 도자기촌’을 추천합니다. 체험 공방이 밀집해 있어 전통 도자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이동 동선이 짧아 하루 일정으로도 충분히 여유로웠고, 문화유산과 생활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코스로 알차게 구성되었습니다. 주변 풍경이 잔잔해 머물기에도 좋았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이곳은 사찰 구역 안에 위치하므로, 단정한 복장을 권합니다. 불상은 야외에 있으나 절벽에 가깝기 때문에 비 오는 날에는 미끄러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오전 시간대에는 햇살이 정면으로 들어와 조각의 세부가 잘 보입니다. 여름철에는 매미 소리가 크지만 오히려 자연의 배경음처럼 느껴졌습니다. 향을 피울 때는 절집의 규칙에 따라야 하며, 음식물 반입은 제한됩니다. 입장료는 없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으나, 예불 시간대에는 내부 출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신발과 물 한 병만 챙기면 충분히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이천 영월암마애여래입상은 오래된 돌 속에서 묘한 따스함이 전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거대한 불상보다는 소박한 기운이 주는 안정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 가까이 있지만, 마치 산속 깊은 암자에 들어온 듯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바위와 나무, 향 냄새와 바람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다시 찾게 된다면 봄철, 새잎이 돋을 때 그 빛과 그림자가 어떻게 달라질지 보고 싶습니다. 방문 시에는 소란보다는 느린 발걸음으로 머물며,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그러면 이곳이 가진 오랜 시간의 숨결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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